예전에 저쪽 남미 끝쪽 파라과이에 몇 달 머물렀던 적이 있었어요. 15년 전쯤 된 것 같아요. 그때는 나이도 어리고, 새로운 문화도 신기하고 지나고 보면 젊은 시절은 참 빠르게도 지나간 것 같아요. 남반구 국가에 살다 보면, 계절에 무뎌지는 게 느껴져요. 뉴질랜드도 남반구 국가에 있다 보니 계절이 반대라서 올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기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막 틀어대면서 이브 저녁식사로 간단히 마무리를 했던 것 같아요. 눈이 오는 추운 겨울의 크리스마스가 그리운 날이었답니다.
올해 크리스마스 디너는 아들이 모두 차려서 손까딱 하나 하지 않고 편한 명절을 보냈답니다. 주로 가족들이 모일 장소를 정하면 potluck으로 음식 하나씩 준비해서 가곤 했는데, 올해는 그런 분주한 기분 없이 홀가분한 시간을 가졌어요. 웰링턴은 크리스마스날이 오기 전에 비바람이 부는 날씨가 연속적으로 이어져서, 크리스마스에도 비가 오지 않을까 했었는데, 다행히도 날씨가 맑았답니다. 뉴질랜드 사람들 말에 의하면 여기는 이브 디너가 아니라 크리스마스당일 점심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현재 제가 사는 동네는 외국인이 거의 없는, 토박이들이 많이 사는 동네예요. 평상시에도 굉장히 조용한 동네인데, 이브 날 저녁 역시도 너무 조용하더라고요. 잠시 밖에 나갈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보니까 밤 9시 반이었는데, 불 다 꺼지고 동네가 너무 조용해서,.. 우리 집만 크리스마스 음악으로 시끄러운 집이 아녔나 싶었어요.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 정말 시끄러운 윗집 남자가 살았었는데요. 이 남자는 20대 중반으로 파티맨이었어요. 매주 금요일이면 클럽을 다녔는데, 토요일 새벽엔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을 15명 이상씩 지네 집으로 데리고 와서 파티를 해서 아파트에서 악명이 높은 남자였었어요. 문제는 제가 그 남자 바로 밑에 집에 살아서, 토요일 새벽부터 그 술 취한 사람들의 질질 끄는 하이힐 소리에 잠에 깨고는 해서 화가 많이 나는 날이 많았어요. 그 집 주변, 아래위 입주자들이 너무 화가 나서 그 사람한테 어떤 사람은 화나가서 강력하게 컴플레인을 제기하고 입주민들 회의를 이끌어낸 대단한 존재이기도 했었죠. 그런데 참 지금 이 마음은 뭔지, 현재 이 동네의 고요함이 가끔 적막한 느낌이 들어서, 적절한 사람 사는 소음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제 기분을 공감하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네요.
덕분에 조용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차분하게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내년엔 뭘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올해는 계획도 딱히 많이 없었지만, 이사하고 나니 너무 빠르게 지나간 해라서 올해 못한 것들 내년에 실천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잘해보려고요.
모두들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에는 더 힘든 시기가 온다고 말씀하시는 유튜버들도 많으시던데, 아무 탈 없이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지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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