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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여름샌들, 버켄스탁의 역사

Max_R 2023. 6.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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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겐버그의 교회 기록 보관소에 보존돼 있는 버켄스탁 창립자 요한 아담 버켄스탁의 모습. 사진 버켄스탁 홈페이지

오늘은 여름 샌들하면 대표주자 버켄스탁의 역사를 가져와 봤습니다. 정말 한번 신어본 사람이면 다른 샌들은 신기가 힘들 정도로 편안함이 매력적인 샌들이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찾아보다 보니 2021년에 루이비통이 인수를 했더군요. 앞으로도 편안함을 유지한채로 다른 디자인을 기대해 봅니다. 그럼 버켄스탁이야기 같이 한번 보실까요?

여름 샌들, 버켄스탁의 이야기

18세기 독일에 버켄스탁이라는 구두장이가 있었습니다.
여름 신발의 대표 주자인 버켄스탁, 250년 전인 1774년 독일의 작은 마을인 라겐버그 출신의 한 신발 공이 창업했어요. 당시 한반도는 조선 중기(영조 50년)였다는 걸 생각하면 굉장히 유서 깊은 브랜드죠. 오래된 독일 브랜드들이 그러하듯, 버켄스탁이라는 이름도 브랜드 설립자인 요한 아담 버켄스탁에서 땄습니다. 

창립자 요한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른 나이에 교회에서 시작한 구두장이의 길은 버켄스탁 가문의 가업이 됐습니다. 교회 밖으로 나온 건 1896년, 4대인 콘래드 버켄스탁이 프랑크푸르트에 신발 공장을 두 곳을 설립하면서입니다. 당시 프랑크푸르트는 온천 관광객이 많았고, 콘래드 버켄스탁은 미끄러운 사우나 바닥을 잘 걸어 다닐 수 있는 샌들을 만들었어요. 

콘래드는 이상적인 신발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한 사람입니다. 15년간 사람들의 발바닥 모양을 본뜨다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평가되는 안창을 개발했죠. 라텍스와 코르크를 혼합한 오늘날의 버켄스탁이 탄생한 겁니다. 푹신하면서도 안정감 있게 발을 감싸고, 오래 신을수록 신는 사람의 발 모양대로 밑창이 변하죠. 

그러던 중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부상병을 위한 신발로 널리 알려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버켄스탁을 접했습니다. 전쟁 중 편한 안창을 경험한 퇴역 군인들이 전후에도 버켄스탁을 찾았어요.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고, 독일에선 가정마다 버켄스탁 한 두 켤레씩은 가지고 있을 정도로 국민 신발이 됐죠. 

인체공학적인 샌들로 사랑을 받은 버켄스탁. 하지만 무기인 '편안함'은 패션이 될 수 없었습니다. 1960년대엔 190여년 만에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했지만, 기능성 신발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건강용품 상점에서 판매됐어요. 일반인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서 있는 직업을 가진 특수 업 종사자들이 선호하는 신발이었죠. 

패션과는 거리가 먼 기능성 신발이란 꼬리표는 버켄스탁에 꽤 아픈 손가락이었을 겁니다. 다양한 연령을 타깃할 수 있는 확장성이 없기 때문이죠. 이게 꽤 오래 갑니다. 양말에 버켄스탁을 신은 중년 남성의 꼴불견다움이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면서 '아재' 혹은 '패션테러리스트'의 전유물인 독일제 샌들로 전락하고 맙니다. 

버켄스탁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콘래드가 경영에서 물러나고 그의 아들인 칼 버켄스탁이 경영에 뛰어들면서 디자인을 신경쓰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애리조나', '마드리드'가 모두 칼이 만든 제품이죠. 

2000년대에 들어서는 200년 이상 브랜드를 운영해 온 버켄스탁 가문이 경영권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로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치열한 밥그릇 싸움 끝에, 2012년부턴 브랜드 소유권만 가문이 가지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습니다. 

루이비통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2021년 2월 40억 유로(약 5조4000억원)에 버켄스탁을 인수했다. 250년 브랜드 정체성에 루이뷔통도 빠져들다. 올리버 라이헤르트와 마르쿠스 벤츠 베르크 두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버켄스탁은 180도 달라집니다. 홍보·마케팅 부서도 만들고 밑창에 쉽게 닳는 코르크 대신 고무를 넣어보는 등 디자인도 손을 봤죠.

 

타 브랜드와의 협업도 도전합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와 협업한 샌들을 출시하면서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이후에도 지방시·발리·질 샌더·발렌티노·아크네 스튜디오·디올·아더에러 등 무수히 많은 브랜드와 협업했어요.

결과적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는 버켄스탁의 신의 한 수였습니다. 2012년 1000만 켤 수준이었던 판매량이 2017년 2500만 켤레 수준으로 2.5배나 성장했거든요. 2019년부턴 팬데믹으로 애슬레저룩과 원 마일 웨어(집 반경 1마일 이내에서 입는 간편한 옷)가 대세로 떠오르며 편안한 신발이란 장점이 탄력을 받아요.

이를 눈여겨보던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2021년 2월 40억 유로(약 5조4000억원)에 버켄스탁을 사들입니다. 벨기에 사모펀드 CVC 캐피탈 파트너스와 막판까지 각축전을 벌이는 등 인수전도 치열했죠. 인수에 성공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버켄스탁은 신발업계에 몇 안 되는 상징적인 브랜드”라며 “오랜 전통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발이 가진 본연의 기능을 보호하면서 가장 편안한 신발을 만들겠다'는 경영 신념을 250여 년간 지킨 덕분에 명품 브랜드가 된 버켄스탁. 이 브랜드의 흥(興)과 망(亡)을 가른 건, 첫째도 둘째도 '편안함'이란 정체성이었습니다.

발 건강을 위한 편한 신발이라는 이미지가 오랜 시간 각인되면서, 코로나 시대 웰빙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기 전까지 패션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시절도 길었습니다.

하지만 발바닥에 무리가 가지 않는 편한 신발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없었어요. LVMH가 버켄스탁을 갖고 싶었던 이유도 250여년 유지한 이 정체성 때문이었습니다.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한 신발을 출시하긴 했지만, 브랜드 철학과 일치하는 브랜드가 아니면 함께 작업하지 않는 것도 버켄스탁이 지키는 철학이랍니다. 이쯤 되면 참 한결같은 브랜드죠?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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